<어린이라는 세계> 중에서

2023. 1. 29. 20:07꽂힌글

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아빠와 실랑이 끝에

색칠공부로 추정되는 어떤 책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그런데 아빠가 "이제 계산하게 아빠 줘" 하는데도 어린이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아빠가 다시 "사 줄게. 아빠를 줘야 계산을 하지"라는 걸로 봐서는

혹시 아빠가 마음이 변해 안 사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때 나는 오래 잊기 어려운 장면을 보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계산대에 계시던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어린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따로 계산해 드릴까요?"

어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어린이에게 책을 받아 아빠와 계산을 마친 다음 다시 어린이에게

"따로 담아 드릴까요? 하고 물으셨다.

어린이 손님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