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중에서
2023. 1. 29. 19:52ㆍ꽂힌글
어려서 교회 다닐 때 기도 제목 적어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해요?
나 왜 여기 있어요?
9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5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한 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 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난 왜 늘 슬플까. 왜 늘 가슴이 뛸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애.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이 수도.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 안 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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